깜고의 생존법, 영화 플로우(FLOW) 쿠키영상 못 본 후기 (스포주의)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D
몇 년 전의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시상식을 열곤 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영화
한 해의 최고의 영화
여러 번 봤는데 좋아진 영화
한 해 시작을 여는 영화
시상식 부문 예시 입니다. ㅋㅋ
부동산에 매달린 후로는 영화 1년에 10편도 못 보면서, 어느덧 개인적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요.
어쨌거나 2025년, 상영관에서 처음으로 보게 된 영화는 ㄷㄱㄷㄱㄷㄱㄷㄱ
바로 바로 검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입니다.
정말 간만에 주말에 혼영을 하려고
메가박스 어플을 켜고 이거저거 보고 있었어요.
원래는 이와이 슈우우운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볼까?
하던 차에 저저 강력한 고양이의 눈과 마주치고 만 것입니다. (두둥!)
사전 정보 0이었지만,
그렇지만 까만 고양이가 포스터 전면에 등장한다고?
안 보고 참을 수 없죠!
깜고야, 사랑해 ㅎㅎㅎㅎ
그리하여 까만 고양이가 진짜 주인공이기만을 바라면서
영화관을 향하게 됩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나
혼자 보러오신 분들도 많아 보였어요.
해외 영화 포스터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진짜 까만 고양이 너무 존재만으로 완벽하고,
다른 동물들도 무해하고 깜찍하고 ㅠㅠㅠ
알고 보니 2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고,
아카데미상도 시상한 적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저는 영화랑 얼마나 멀어져 있었던 것인지요?
예전같으면 BIFF에서 티켓팅 전쟁해서라도
100% 봤을 내 취향 영화인데 말이죠 :D
어쨌거나, 영화본 소감은 아래 쭉쭉 써보겠습니다.
스포 있어요. 스포 많아요 :D
#물속에 비친 까만 고양이 하나
첫 컷, 첫 씬에서부터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예쁘잖아요 ㅠ
까만 털을 한 고양이의 노란 눈망울이
수면 위에 반사되어 영롱합니다. 그게 첫 컷이에요.
까만 고양이 녀석 같으니라고 ㅠ
첫눈에 폴인럽 ~ ♥
솔직히 까만 고양이는 실사 영화가 담기에는 그 매력이 너무 과하죠. (진지)
수많은 깜고 집사들이, 실물 대비 사진 빨 안 받는 까만 고양이 때문에
얼마나 맴이 아프게요?? 까매가지고 잘 나오지도 않음 ㅋㅋㅋㅋ
분명 실사로 찍으면 빛이나 색보정 처리 너모 힘들었을 것이고,
깜고의 매력 1000% 못 담아낼 것이라고 혼자 생각해봄 (...)
<마녀 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까만 고양이 '지지'나
<드래곤 길들이기>에 나오는 '투슬리스'가 떠오르는데요.
(투슬리스는 용 아니냐? 할 수 있는데 아무튼 넓은 의미의 고양이임 ㅋㅋㅋ)
어쨌거나 까만 고양이가 주인공이어야한다면,
그것은 애니메이션인 편이 좋을 것이라고 장르적으로 우선 찬성을 하고 들어갑니다.
#고양이 숭상자, 물 속에 잠들다
고양이에 대한 비주얼 쇼크가 계속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고양이의 움직임과
운동성에 대한 감탄을 하게 됩니다.
까만 고양이의 아름다움과
잔잔한 근육과 무게감, 그리고 그 유연성이 충분히 표현되고 있어요.
펄쩍펄쩍 풀 사이를 달려가는 고양이를 보면서,
'저 고양이는 깨발랄한 아기 고양이구나' 했죠.
나오는 강아지들이 대개 품종견들이길래,
'아 주인에게 버림 받은 강아지인가?'
식의 추론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추론과 밀고 당기기는 영화 내내 계속 됩니다)
영화가 시작한지 몇 십분이 흘러도 인간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약간 시대적 배경이나 공간적인 배경에서 큰 단서도 주지 않고 있어요.
시작 시퀀스 쯤해서 깜고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양이 조각상이 엄청 많이 나오는데요.
고양이의 일상적인 자세와 포즈들을 덩어리 감으로 표현한 조각상들이 좋았습니다.
숲 속 한갓진 마을에는 엄청나게 큰 고양이 바위도 있었죠.
이쯤되면 고양이를 숭상하는 개인 내지는 집단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고요.
무슨 토테미즘 인 줄 ㅋㅋㅋㅋ
까만 고양이가 원래는 조각하고,
그림 그리던 사람이랑 살았구나.
정도의 뉘앙스만 남습니다.
시작 쯤에는 들개 무리(라하기엔 너무 다 품종견임)에게 쫓기는 정도가 가장 큰 위험처럼 보이는
고양이의 세계에요. 그런데 문득 사슴 무리들이 맹렬하게 저 멀리서 깜고 쪽으로 뛰어옵니다.
갑자기 쓰나미 같은 검은 물이 들이 닥치거든요.
혼비백산 닝겐과의 추억이 담겼을 공간이 금새 물에 잠깁니다.
햇살 가득 쏟아지는 흰 색 침대 시트도,
고양이 스케치가 담긴 크로키 종이도, 연필 깎아낸 가루도,
온통 홍수에 잠깁니다.
추억이 침잠하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살짝 쓸쓸해졌어요.
저렇게 무언가를 사랑했던 시간과 추억이 가라앉는구나.
하는 그런 마음? (이미 과몰입 완료)
모종의 이유로 닝겐들은 멸종한 세계 같습니다.
대홍수가 반복되는 그런 세상같아요.
아, 이 씬에서 부터는 고양이가 물에 잠기고, 헤엄치는 희귀한 모습을 계속 보게 되는데요.
가끔 샤워할 때 얌전하거나 헤엄치는 물속성 고양이들이 쇼츠에서메가 히트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희귀한 일이고, 진풍경이란 건데.
빙구같이 욕조나 변기통에 빠져서 우다닥! 뛰쳐 나오는 애기들도 많죠 ㅋㅋ
실사 영화였다면 러닝 타임 내내 이어지는 '냥빨 대소동' 과연 어떻게 가능했을지.다 CG였겠지만요.
#깜고의 대모험! 무리짓고, 구분 짓는 시간들
점점 차오르는 홍수를 피하는 깜고의 대모험이 시작되는데요.
정말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합니다.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못살아!!!!!!' 모먼트와
'너 정말 그러기야???' 모먼트가 계속 이어집니다.
이눔시키 왜 이렇게 천방지축 날뛰며,
위험을 자초하는 거 같죠?
왜 굳이 배 돛대 꼭대기에 올라가야만 하는 것인지.
왜 큰 새에게 잡혀서 살려달라고 발버둥쳐야만 하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목숨은 진짜 아홉개라서 계속 살아 남는지 ?_?
예, 집사님들에게는 일상이겠지요. 저런 빙구를 보는 일이란 ㅠ
나는 고양이 하나도 감당 못할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었네요. 휴 ^^
흐름대로 살아내고, 생존하는 것이 깜고의 본능이겠죠?
그리고 꽤 운이 좋아서, 원시생물체 같은 고래 등에 얻어타서 익사의 위험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역시 좀 생사의 기로에 놓여봐야 철이 드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이후로 합류하게 되는 다른 동물들(들개 무리나 여우원숭이)에 대한
포용력이 좀 늘어나보입니다.
깜고의 호기심과 한 번 애정을 준 대상을 외면하지않는 태도!
그런 것들이 보입니다. 에헴! 이 녀석 성장했군 (내지는 살아남느라 어쩔 수 없었군)
세상 도도하게 혼자 살아도 될 거 같은데, 또 챙길 건 챙기거든요?
고양이의 보은이야 뭐야 ㅠㅠㅠ (울컥)
순식간에 혼자가 되었다가, 또 다시 무리를 지었다가.
경계했다가, 받아들였다가,
위험의 순간에서 도움을 받고, 또 누군가를 구해줍니다.
무리지음과 구분지음이 계속 뒤바뀌면서
영화는 점점 폭풍우 속으로 항해해갑니다.
한 조각 배를 타고 그들이 도달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원 같은 곳인데요.
날개를 타친 큰 새가 그 꼭대기 위로 날아오르고,
깜고는 또 호기심에 그 새를 좇아갑니다. 호기심인지 애정인지 뭔지. 난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엄청나게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서 마침내 하늘에 맞닿은 곳에 갑니다.
클리셰스럽기도 하지만,
언제나 성스럽고, 언제나 차원 도약적인
하늘이 열리는 장면 연출이 있는데요.
물방울 하나 하나가 증발되어
저 멀고 찬란한 우주로 중력을 거슬러서 올라가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신비롭고, 고요하며, 정적이고, 아름답습니다.
큰 새는 아마 이 세상에서의 쓰임을 다한 거 같아요. 먼 우주로 갑니다.무지개다리 건너는 것에 대한 은유 같기도하고요.세상 모든 무고한 동물들이 저 정도의 아픔만 갖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면 좋겠어요.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깜고에게는 아직 이 세계에서 해낼 미션이 남아서인지,두둥실 떠오르기는 하였지만, 물방울처럼 증발하지는 않았어요.
이 영성적인 체험을 마치고,깜고는 내리막길을 겁나 내달려서 다시 돛단배로 나아갑니다.
파도가 거세고 험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아요.그리고 폭풍우 속에서 떠돌며, 떠돌며, 떠돌다가.
별안간 나무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물이 빠지면서 고지대의 나무들이 꼭대기부터 나옵니다.
또 한 번 물살에 휩쓸려서 냥빨 당하던 깜고 ㅠㅠㅠ다행히 물이 빨리 빠져서 육지를 디디고, 다시 힘차게 달려봅니다.
돛단배가 나뭇가지에 걸려서낭떠러지에서 추락할 위기에 놓이는데요.
우리 깜고가 정말이지 맹활약을 하는 장면입니다.조마조마하죠 ㅠㅠㅠㅠ
동물들이 모두 합심해서 위기에서 벗어납니다.살짝 작위적이긴하지만, 이미 이 영화는 아득하게 일반적인 세계관을 벗어났어요.깜고는 이미 블랙아웃과 익사위기와 공중부양체험과동료들을 얻고, 잃고, 잃었는 줄 알았는데 얻고 하여튼 그런 체험을 했다고요.우리 깜고가 겪은 일 생각하면, 더한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흥!
#다른 동물 이야기
죄송합니다; 너무 고양이 이야기만 했는데 ㅠ
리트리버 너무 순진무구하고, 순둥하고, 천사견이에요 ㅠ
다른 갱얼지들은 다소 본능적인데 반해, 리트리버는 진짜 무슨 천사같음.
마다가스카르 원숭이는 반짝이는 걸 좋아하고, 특히나 거울보는 걸 좋아합니다.
무리지어 사는 습성이 있는 듯하며, 대홍수 속에서도 해당 종이 멸종하지 않았어요.
계속해서 무리생활을 하며 수집하고, 자아도취적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어쩐지 인간이랑 참 많이 닮았다 싶기도 했네요.
카피바라 너무 귀엽죠 ㅠ 제일 굼뜨고 제일 귀여운 거 같앙 ㅠ
근데 그거 카피바라 코고는 소리 맞는지?ㅋㅋㅋㅋㅋ 코골이 무엇
뱀잡이수리라는 새는 첨 보는데, 나무위키 찾아보니까
무슨 코브라도 잡아먹는 새네요. 후덜덜.
영역 생활 동물이라고 합니다.
우리 깜고가 빠짝 쫄만하징 ㅠㅠ
근뎅 전형적인 육식동물을 등장시키지 않고, 이 녀석이 나온게 또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호랑이나 사자 아니잖아요? 아마도 육지와 해상을 오갈 수 있는 날개달린 무서운 녀석이 필요했을지도.
사슴들은 이상 징후의 계시 같습니다.쓰나미가 몰려올 때 우두두두 집단적으로 물을 피해서 도망가고요.비가 거세지고 그치고 하는 사이에 원형으로 대열을 갖춰서 빙빙 도는 이상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원시종족 같은 고래, 고래의 눈은 참 슬픕니다.
깜고를 한 차례 구해주기도 하죠.
그 큰 덩치의 고래의 마지막 순간이라도 위로해 주고싶어서,
슬쩍 다가가서 그 작은 몸을 부비는 우리 깜고 ㅠㅠ
힝 ㅠㅠㅠ (다시 깜고 이야기로 돌아오지 아니 할 수가 없네. 울컥하잖아여 ㅠㅠㅠ)
이 무렵 즈음 동료 동물들이 깜고 옆으로 다가오고,
다시 그 옆을 사슴 떼가 달려가면서 영화는 끝이납니다.
같은 단서가 반복되더라도, 그것이 꼭 다시 홍수가 난다는 건 아니겠죠.
모든 순간들은 예측 불가하니 그저 흐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깜고의 생존법이 아닐까 싶어요.
적당히 젤리도 내밀줄 알고, 체온을 나누기도 하고, 까불다가 다치기도 하고요.
(아, 갑자기 거대한 고양이가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라이프 오브 파이>도 떠오르네요)
세상 모든 일에는 변화가 있고,
우리는 그 흐름을 알 수 없습니다.
독자적인 행동만으로 살아 남긴 어렵죠.
그 독립적인 깜고조차도, 집단에서 보호 받고, 때로는 무리에서 도태되고,
다시 도움을 주기도 하는 연결 고리가 있고요.
물방울이 하늘로 올라가서 증발하고,
그 물방울이 비가 되어 떨어지고,
다시 뭉쳐서 무시무시한 홍수가 되고,
순식간에 말라서 물웅덩이로 고이고.
물의 순환과
생명의 순환과
종족과 개체의 사멸과
그런 대자연~
어쩌면 우주와 신의 법칙~~
작은 생명체가 무사하길 계속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고요.
자연 앞에서 냥빨당해버리는 모습을 보면 또 한 편 측은합니다 ㅠ
울 고앵이 너무 고생하지 말라 ㅠㅡㅠ
#못본 쿠키 이야기
<플로우> 쿠키 영상 못봤는데영 ㅠ
보신 분들 말로는 바다 쇼트가 나오고,
원시 고래가 다시 바다를 누빈다고 합니다.
사슴떼가 예고하듯 홍수가 다시 찾아온걸까요?아니면 원시고래도 뱀잡이수리처럼 무지개다리를 건너서,다시 그가 온전히 쉴 수 있는 그 세계로 간걸까요?
솔직히 영화가 주는 느낌 상, 쿠키 영상따위는 없을 줄 알았는데 -,-
당했다 ㅋㅋㅋㅋㅋㅋㅋ
꺼진 영화도 다시 보자!나의 깜고에게 나는 과연 끝까지 따뜻한 사람이었는가????????쿠키 못봐서 서러운 마음으로 글 마무리 합니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