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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명상, 글쓰기

[요즘] 넷플릭스에서 뭐 보니? (2) 디어 마이 프렌즈

by 동글머니 202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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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리고 요즘은 윤여정 선생님 나오는 작품을 보는 것이 꽤 재미있다. (산나물 처녀 리뷰)

 

# TVN에서 16부작으로 방영되었던 디어 마이 프렌즈 출연진은 쟁쟁하다. 다시 이런 조합을 볼 수 있을까?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김영옥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출연해서 연기를 펼친다. 촬영장이 어땠을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 고두심의 딸 박완은 번역가 겸 작가로 나온다. 모든 작가가 꿈꾸는 '엄마 이야기' 쓰기. 박완(고현정 배우)은 번역가로 살다가, 제발 글 쓰라는 엄마의 말을 받아들인다. 내 이야기. 내 친구들 이야기를 써달라고. 박완은 처음에는 세상 따사로운 모성 이야기를 그리고, 노년의 삶을 감히 포장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쓰게 된 것은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들의 구질구질한 그들의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 삶이다. 김혜자 배우가 '내가 얼마나 매일 매일 외로운지' 쓰라고 주장하며 소리치는 대목이 압권.

 

# 아직 결말까지 다 보지 않았다. 매 회 눈물 마를 날 없게 만드는 드라마라 몰아서 정주행이 도통 불가능하다.

 

# 걔 중 내가 눈물을 한 바가지 쏟으며 본 에피소드는 나문희 배우가 투병 중인 어머니를 데리고 바닷가에 모시고 가는 에피소드다. 김혜자 배우가 조개껍질 하나 주워서 할머니 손에 쥐어드렸는데, 손에서 조개 껍질이 툭 하고 힘 없이 떨어진다. 할머니는 그 바다 앞에서 돌아가신 것이고, 어른들은 슬퍼하며 혹은 덤덤하게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에피소드.

 

# 바다가 나에게 눈물 버튼인 이유? 할머니의 집은 원래 바닷가였다. 매 해 여름, 아들과 딸과 그 손주들과 어울려 바닷가로 가서 고동도 따고, 따개비도 따고, 바다 수영도 했었다. 그런 할머니가 어느 날 쓰러지셔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5년 동안 요양 병원에서 투병을 하셨다. 할머니는 바다를 얼마나 다시 가보고 싶으셨을까? 정말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살아서는 다시 그 바다를 가시지 못하셨다. 운구용 차량에 뼛가루가 되어서 그렇게 실려서, 고향 마을 한 바퀴를 돌아본 것이 우리가 인지하는 할머니의 마지막이었다.

 

# 그래서 디어 마이 프렌즈의 바다에서의 사별하는 장면을 볼 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드라마를 보면서 할머니를 한 번 더 보내드리는 느낌이었다. 아직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바닷바람을 뺨으로 느낄 수 있을 때 한 번 보여드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슷한 생각을 했던 늦은 불효자, 불효녀들의 원을 대신 이루어주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 그 밖에 나문희 김혜자 배우의 뺑소니 자백 에피소드, 주현 배우를 둘러싼 삼각 관계, 나문희 신구 배우의 황혼 이혼, 그리고 염혜란 배우의 과거와 현재를 그려내는 에피소드, 장애인 삼촌과 연하를 둘러싼 에피소드 등 매 회차가 아주 불편했다. 불편한 현실을 한껏 증폭 시켜서 보여줬다. 세상에 평안하기만 한 가족은 없으리.

 

# 솔직히 에피소드 1회, 2회차는 보다가 속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만 포기할 뻔도 했다. 자꾸만 비슷한 경험들이 떠오르고, 그 기억의 조각들은 결코 유쾌한 것들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론 화가 났다가, 때론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에 대한 연민이 들었다가, 때론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보통 울게 되는 식이었다. (친구 왈 비슷한 경험이 많을 수록 PTSD 같은 게 올 수도 있다고 함.)

 

# 도대체 노희경 작가는 어떤 삶을 산 것이길래 이런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것일까 하고 늘 생각한다. 쉽지 않았던 삶이란 것은 여느 책이나 인터뷰에서 많이 보아오기는 했지만.

 

# 늙어가는 나날에 대해. 긴 세월 어렵사리 살아온 나날들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보상받으려 하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낯 빛을 드러낸다. 그리고 가끔은 화장한 얼굴을 고집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대해 미리 알게해준 소중한 드라마.

 

# 리뷰하는데에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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