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로, 명상, 글쓰기

[요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2023년 새해 첫 영화)

by 동글머니 2023. 1. 6.
728x90
반응형

#.나는 그해 마지막 영화와 새해 첫 영화를 고민하며 고르는 편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쏘울>과 같은 극장 개봉작을 보기도 하고,

지인 추천작이었던 <러브 앤 몬스터즈>를 보기도 하고,

때론 인류애 몽땅 잃게하는 <큐브>를 보고 달아서 <ET> 같은 동심 충전 영화를 보기도 했다.

 

#. 22년 마지막 영화는 <아바타2>가 될 뻔 하였으나, 상영관에 도무지 발걸음이 가지 않았다.

러닝 타임의 압박으로 ㅋㅋ 막차가 끊겨서 집에 못가는 상황이 아니면 굳이 볼 엄두가 안나는 영화(...)였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송년회를 하며 막차가 끊기지 않고, 아바타를 보지도 않고, 집에는 잘 들어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의도하지 않게 집에서 OTT로 본 <우리도 사랑일까>가 얼떨결에 22년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사랑에 대한 모든 찬란함과 첫 마음이 빛을 잃고, 다른 쾌락이 찾아온 다음 그 조차도 쉽게 멎어버리는 씁쓸한 영화였다.

 

#.어쨌거나 2022년 최고의 영화는 <탑건>이고요.

매버릭의 서사도 멋졌지만, 내 마음을 온통 울리고 간 건 루스터의 서사였다.

루스터와 루스터 애비 구스의 서사가 어찌나 신경쓰이던지!

애비가 슬픈 엔딩을 맞이 했다고해도, 아들램은 같은 길에 기어이 도전하고 개척하는 모습에 위안을 받았던 듯도 하다.

(이런 건 대를 잇는 반복강박같은 걸까?)

 

#. 2023년에는 극장에 다행히 아직도 상영 중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았다.

아쉽게도 역시나 기력과 심력이 딸려서 영화관은 찾지 못했고 OTT로 보았다.

집 나간 기력이 돌아온다면 상영관에서 다시 볼 의향이 있다.

(이하 스포주의)

 

#. 에에올은 제목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다소 있는데, 이는 특히나 영화를 추천할 때 장벽이었다. ^^;;

이름처럼 세 파트로 나눠서 영화가 진행된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이렇게.

누군가에겐 허무주의에 대한 영화, 누군가에겐 가족관계에 대한 영화, 누군가에겐 사랑과 관계, 순간에 대한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에에올의 노림수 중 나에게 찐하게 먹힌 건 "I'm your mother!"란 대사였다. 고로 이 영화는 제목에서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지만 가족 영화였다. 최근 심리상담을 찐하게 받고 있는 나에겐 더더욱 여지 없는 가족 영화였고. 상담의 결론 페이지를 살짝 들추어 본 거 같은 마음도 들었다.

 

#. 쉴 새 없이 빨래방을 운영하느라 남편의 이혼소장을 읽어볼 시간도 없는 엄마 에블린(양자경)

손님이 맡긴 빨래 가방에 눈알을 붙인다거나, 세무 조사관을 위한 쿠키를 준비한다거나 하는 행동에

마냥 해맑아보이는 남편(키 호이 콴), 그리고 레즈비언 애인을 둔 예민 뿜뿜 딸램(스테파니 수)가 나온다.

 

Doing mode를 항상 켜둔 채 기능하고, 역할극을 수행해내는 바쁜 나날의 묘사가 숨가쁘다.

그러던 에블린에게 Being mode를 수행해야할 사건이 발생한다.

 

#. 세무조사에 시달리던 빨래방의 에블린은 세무당국에 조사를 받으러 가다가, 얼떨떨하게 멀티버스의 자신과 첫 조우를 하게 된 것이다. 알파버스에서 온 남편(의 외양을 한) 요원이 말하길, 당신을 세상을 구해야한다는 거였다.

알파버스의 에블린이 딸(의 외양을 한) '조부 투파키'를 만들었고, 그 세계 최강 빌런을 당신이 모든 유니버스에서 다 처단해 없애야한다는 논지.조부 투파키는 사실 에블린이 멀티 버스로 점프를 하는 연구를 하던 중, 조부를 극한의 궁지로 모는 바람에 정말 모든 다중 우주의 모든 순간에 존재하게 되어버려서 극도의 허무감을 느끼며 파파괴를 일삼는 좌충우동 빌런이 되었다. 

 

아아... 자녀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야 마는 많은 부모들의 초상...

아아... 아시안 부모님들의 가혹한 기준과 요구사항...

아아...끝내 부모가 만들어버리고야 만 빌런(a.k.a 금쪽이)

 

그런데 이 조부 투파키는 그렇게 많은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며, 모든 능력을 다 갖추었고, been there, done that의 무의미에 빠져 허우적 거리면서도 끝끝내 에블린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를 찾는 딸? 문제의 근원을 만든 복수자? 아니, 조부 투파키가 원한 건 자신의 허무를 온전히 공감해줄 상대, 그리고 마침내 허무 유니버스 그 잡채인 '베이글'로 같이 다이빙해줄 누군가를 원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 에블린에게 원래 주어진 사명은 온 우주에 퍼진 '조부 투파키' 그릇을 모두 없애버려서 우주의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끝내 에블린 역시 에에를 올할 수 있는 (ㅋㅋ 에브리씽 에브리웨어를 올 앳 원스하는!) 존재가 되어서 조부와 대면한다. 돌맹이 장면은 정말 유튜브 같기도 하고 (자막을 띄우는 디자인이나 대사들의 키치함)

씨네마 같기도 하여서(그 광활한 자연과 돌맹이의 대비, 그리고 무성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느껴지는 무성영화에 대한 그리움 등) 그 장면만이 주는 맛을 잊을 수 없다.

 

이혼소장을 내민 남편에게 '당신과 만나지 않은 세계는 정말 멋졌다'고 말해주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며, 슈퍼스타의 삶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에도 저항하며, 쿵푸를 배우는 삶, 손이 온통 소시지가 되어버린 삶, 요리사로 라따구이와 함께 일하는 삶 등등에서 순간 순간 주어진 자유 속에 필요한 능력을 선택하고 배제해나간다.

 

#. 어...그러니까....애초에 에블린이 온 우주의 구원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이 모든 유니버스에서 가장 최악의 버전이었기 때문인데, 가지 않은 길들이 워낙 많고, 굽이굽이 좌절된 가능성이 너무 많아서, 멀티 유니버스가 그 누구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유니버스가 펼쳐지는 것이고, 그 유니버스마다 영화 장르가 무협, 판타지, SF, 로맨틱코미디, 멜로 등으로 쉴 새 없이 바뀌면서 2부인 everywhere가 펼쳐진다

 

#. 어쨌거나 꽤나 블랙홀스럽게 생긴(?) 베이글(everything is nothing과 같은 허무함)에 몸을 던지는 딸램을 기어이 에블린은 구원해낸다. "I'm your mother"를 외치며, 남편이 장난처럼 붙이는 눈알을 이마에 붙인 채. 이건 어느 유니버스에서 남편역시 자신만의 전투를 이어가고 있고, 그 방식을 긍정이라 말하는데, 에블린 역시 끝끝내 남편의 방식 '도' 받아들인다. 

 

#. 놀랍게도 조부 투파키의 모든 나머지 존재들은 베이글로 빨려들어간 것 처럼 보이는데, 딸램은 끝끝내 이 혼돈의 유니버스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 아니 에블린이 그 특정 우주에서 엄마와 딸 관계를 선택하고, 설득한 거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세탁소를 운영하고, 세금을 내며 살아갈 것이다라는 선택. 너라는 존재와 이렇게 연결되고 순간 순간을 살아갈거라는 선택. 존재를 규명하는 순간과 관계에 대해 뒤통수를 번쩍 맞은 듯 얼얼해 눈물만 흘렀다. 사실 3부에 들어선 이후로는 계속 울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 내가 너무 슬펐던 이유는, 독립을 앞두고 리얼세계의 엄마와(ㅋㅋ) 잦은 다툼 끝에 엄마가 '난 너를 사랑한단다'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나는 너와 함께 사는 게 안 싫다. 그냥 네가 조금만 따뜻하게 말해주면 좋겠다"라고 말을 해서, 그 순간 KO 패를 당한 기억이 났던 것이다. 분명 세상 어디엔 지긋지긋한 사랑이 존재하고, 그 관계는 엄마와 딸일 것이고, 모습들만 조금씩 변주가 되겠지.

 

#. 과연 내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그런 따스함과 사랑, 긍정을 유일한 무기로 싸워나갈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만 하겠지. 그리고 나한테 그런 게 있는지도 요즘은 의문이고. 하긴 엄마도 I love you 빔이 늘 가동되는 건 아니니까. 에블린도 늘 그 무기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최후의 최후의 순간에 나온 진심이었을 거고.

 

#. 어쨌거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 놓친 기회들에 대한 자기 연민 그런 것들일랑 홀랑 버리게 되었다.

멀티 유니버스를 헤매며 만나지 못한 사람, 해보지 못한 일, 그런 것들에 연연하기에는 지금 이 순간도 버겁도록 무의미하고, 그로 인해 소중하다.

 

#.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읽고 싶어지고, 영원회귀를 더 알고 싶어졌으나,

역시나 심력과 기력이 부족해 리뷰에서 언급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728x90
반응형

댓글